목록서평 (4)
JUST DO IT PROJECT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그 폭력성13호 캐비닛에는 기록들이 있다. 석유를 마시는 사람들, 시간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타임스키퍼, 손 끝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입안에 도마뱀을 키우는 사람, 고양이로 변하고싶은 사람, 몸을 공유하는 사람들, 뭐 아주 다양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처음엔 단편 모음집인 줄 알았다. 거의 책을 덮을 뻔 했다. 일관성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늘 괴롭다. 한국문학을 읽다가 가끔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작가 혼자만 알고 있는 것 같은(혹은 작가'들'만 알고 있을 법한) 어려운 비유와 특유의 탁한 잿빛 문체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색과 내면에 대한 고찰 뭐 그런 것들. 두세번은 생각해야 하는 현실 비판이라던지. 석유를 마시건 유리를 씹어먹건 그런 사람이 있다. ..
파과, 할머니와 킬러의 조합.괴상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소재는 더 괴상했다. 할머니 킬러의 이야기라니.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두 단어의 조합과, 무슨 뜻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 제목, 아가미를 읽고 나서 구병모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찾아보지 않았다면 아마 서가에서 고르지 않았을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를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조합이니까. 파과(破果)는 흠집이 난 과실을 뜻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과일이었다고 하니, 이 뜻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 파과는 파과지년(破瓜之年)의 준말이기도 하다. 파과지년의은 여자의 나이 16세, 혹은 남자의 나이 64세를 의미한다. 과(瓜,오이 과)자를 파자하면 팔이 두개가 되어 16이 되고, 같은 방법으로 파자하여 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누가 내 인생플랜을 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 이때까지 뭘 하고, 이제 이 길로 나가서 이런 일을 하렴. 오늘은 뭘 할 차례야. 일일이 말을 해줬으면. 그리고 그게 맞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물론 막상 누가 그렇게 주면 간섭하지 말라며 밀어내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늘 한번쯤은 품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새해 첫날, 올 해의 일정이 가득 적혀있는 다이어리를 받게 된다면? 나라면 그대로 실천을 해보게 될까? 그게 궁금해서. 그대로 해본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기적같이 삶이 변화했을지가 궁금했다. 새해 첫날 다이어리를 발견한 남자 요나단. 물려받은 유산와 직책으로, 실제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고 권리만 누리고 있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2017년이 두달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책. 사실 위저드베이커리를 읽으려다가 못읽고 대신 고른 책이었는데, 이 책을 기점으로 구병모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읽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게 만든 책. 시작은 어떤 여자의 이야기다. 지긋지긋한 삶을 살아가다 실수로 한강에 떨어진 여자. 그녀를 구해준 의문의 남자. 겨우 살아난 그녀의 말이 뇌리에 박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게 될 것임을 깨닫는다. "헤엄쳐야지 별 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 없는 물이기도 하고." 그렇다. 우리는 헤엄을 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바닥 없는 물이기에. 태어난 이상 살아야겠다. 삶이 힘들어도, 풀어야 할 문제가 쌓여있어도, 가끔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