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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 샤를로테 루카스 본문

책 리뷰

당신의 완벽한 1년 - 샤를로테 루카스

웨일.K 2017. 3. 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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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누가 내 인생플랜을 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 이때까지 뭘 하고, 이제 이 길로 나가서 이런 일을 하렴. 오늘은 뭘 할 차례야. 일일이 말을 해줬으면. 그리고 그게 맞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물론 막상 누가 그렇게 주면 간섭하지 말라며 밀어내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늘 한번쯤은 품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새해 첫날, 올 해의 일정이 가득 적혀있는 다이어리를 받게 된다면? 나라면 그대로 실천을 해보게 될까? 그게 궁금해서. 그대로 해본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기적같이 삶이 변화했을지가 궁금했다.


 새해 첫날 다이어리를 발견한 남자 요나단. 물려받은 유산와 직책으로, 실제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고 권리만 누리고 있는 할 일 없는 남자. 아무 생각 없이 살던 남자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든다. 회사에 대한 결정은 치매인 아버지에게 미루고, 불운한 과거를 어머니에게 미루고, 감정조차 이혼한 아내에게 미루면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던 남자.


 그리고 한나. 열정이 넘치는 여자. 모든 일이 일어난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이 앞으로의 일을 결정한다고 믿는, 마치 한때 열풍이었던 시크릿이라는 책(자신이 믿는대로 된다던)을 통채로 집어삼켰을 것 같은 여자.


이 책은 수많은 격언들로 가득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낙관주의자와 현실주의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나로서는 두가지 모두 생각해보게되는 책이기도 하다. 한없이 긍정적이었다가, 또 한없이 비관적이기도 한 게 사람이라.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분명하게 말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심하게 압박하면 오히려 튕겨나갈거라는 네 말은 일리가 있어"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것들은 결국 그 사람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 생각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 이 사람은 이랬구나,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류의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게 되었다. 내게 당신의 삶을 강요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들이 온갖 명언과 자기계발서들을 계속 찾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해서 그런 책들이 유통되는 것은 무엇부터 해야할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말 옳은 길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름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길은 증명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길을 찾는 문제가 주관식에서 오지선다 객관식으로 바뀌는 기분이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이다. 이중에 하나는 답이 있겠지. 하고


 물론 누군가의 경험을 듣는 것은 좋다. 선택지가 풍부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다만 이게 어느 순간이 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이 선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동반한다. 우리는 두렵다. 이게 혹시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너무 걱정마. 자기도 알다시피 걱정하는 것은 마치 흔들의자와 같아.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잖아"


 결국 삶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우리는 선택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선택은 대체로 돌이킬 수 없다. 삶은 유한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순간 두려워진다. 누구도 인생을 낭비하고싶지 않으니까.


 우리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누군가 먼저 한 경험들을 토대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다. 이 방향대로 하면 성공한다고 했어. 이게 지름길이래. 하지만 성공이건 행복이건 결국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그 선택이 낭비였는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나는 누구의 인생도 살아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이고, 그와 동시에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린 다 다른 삶을 사니까. 우리는 남의 인생에 배놔라 감놔라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무례한 일이다. 


"지몬은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멈춰버렸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야"


 언젠가 친구와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친구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사람은 변한다고 믿었다. 단,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타인에 의해서는 변할 수도 없고, 변한다 한들 일시적인 것이지, 강요한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여전히 나는 본인이 원한다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대의 경우를 너무 많이 목격해서 흔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다면 내가 여태 했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아서. 


 돌이켜보면 결국 똑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표현하는 방식만 달랐을 뿐이지. 결심하지 않으면 사람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결심하면 변할 가능성이 있지. 그리고 요즘 느끼는 거지만. 가끔은 환경이 따라주지 않기도 한다. 나의 선택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테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린 다 다른 삶을 사니까.


"때로는 너무 끔찍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사실인 경우가 있어."


사실 나는 내 인생 플랜을 짜 줄 사람을 알고 있다.

그래 이때까지 뭘 하고, 이제 이 길로 나가서 이런 일을 하렴. 오늘은 뭘 할 차례야. 일일이 말을 해 줄 사람. 그리고 그게 맞다고 말해줄 사람. 심지어 간섭이란 생각도 들지 않겠지.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오로지 나만이 내 인생 플랜을 짤 수 있다. 


물론 나는 언제나 희망차고 밝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나야말로 낙관과 비관 사이를 널뛰기 하는 사람이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했다가도, 역시 나는 안된다며 바닥까지 무너져내림을 반복하는. 하지만 이게 비정상은 아니라고 믿는다. 한나가 끝까지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요나단이 변화하는 것도, 지몬이나 리자의 삶도 결국 다 각자의 선택이었고, 변하건 변하지 않건 그 모든 것이 다 자기자신이니까. 다만 나는 이렇게 크고 있다고, 결국 이 모든 경험이 모여 내가 될거라고 믿는다. 


명언에 대하여

관련 이미지


추신: 아인슈타인이 이와 관련해서 수많은 명언들을 남겼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하기가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명언 하나를 더 추가해.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 신랄한 말이긴 한데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정도의 정신증은 가지고 사는 거지 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한심하지만. 이랬으면 좋겠다 막연히 상상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실행력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악몽을 꾸는 것 같아! 이게 사실일 리 없어! 계속 빨리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어떡하지?"

"아주 천천히 하루하루 힘을 내서 살아야지. 다른 방법은 없어."


 - 가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가 있다. 혼자 아주 깊은 우울에 빠졌다가도. 아 정말 하루하루 힘을 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한층 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내가 멈춘다고 세상이 멈추지는 않으니까. 잔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들.


"신은 누구에게나 감당할 만큼의 시련만 준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니, 솔직히 말하면 헛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달력에 등장하는 멍청한 격언일 뿐이야. 감당하기 힘든 시련도 있어. 취소야, 한나. 난 그 반대라고 생각해"


- 이건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자기위안. 지나고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도 있고, 그걸 인정해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때도 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다면 피할 줄도 알아야 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 까지.


마음 속 재고정리를 해봐!

...

이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내적인 평화. 상처받지 않음.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 모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 이건 한 번쯤 해봄직하다. 내 마음에 남아있는 불편한 감정들을 정리하는 것은 나도 가끔 하는 일인데, 정말 내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하는 일이다. 자존심에 인정하지 않았던 내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때의 나를 이해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이 조금 평화로워진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공감대가 책을 읽을 때 미치는 영향


운명은 개뿔, 빌어먹을! 차라리 독일 우체국을 믿겠어!


 경험이 주는 공감능력이란 참 대단하다. 이 말을 읽자마자 웃음을 터뜨렸으니까. 독일 우체국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웃었을 것이다. 우체부가 내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고 택배를 다시 가져가버려서 택배를 받지 못한다거나 (분명 나는 집에 있는데도!), 무인택배함으로 내가 직접 찾으러 가야한다거나, 국제 소포를 보냈는데 (분명 비행기로 보냈는데) 한달이 지나도 안온다거나 뭐 그런것들.


 이 문장을 읽자마자 그런 경험들이 순식간에 되살아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 줄에서 멈춰 웃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함부르크나 이탈리아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결국 책을 읽는 행위가 능동적인 행위인 이유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내 경험의 총체를 검색한 후 조합해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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